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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임원이나 조합장의 횡령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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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임원이나 조합장의 횡령죄
  • 우진영 기자
  • 승인 2019.0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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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업무 수행 또는 복리 후생 차원에서 법인카드를 종종 사용하게 된다. 내 돈이 아니기에 지불액에 대한 긴장감이 느슨해지기 다반사인데, 이런 심리가 잘 반영된 용어로 ‘법카(법인카드의 축약어) 찬스’라는 말도 있다. 자신이 부담해서 먹기엔 다소 비싼 메뉴를 회사 돈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물론 회식 또는 식대 등 공적인 목적으로 법인카드가 제공된 것이기에 사용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만약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인카드를 사용해 자신 차량에 기름을 넣은 뒤 영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하는 직원을 예로 들 수 있다. 자칫 관행으로 넘기기 쉽지만 액수가 적더라도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특히 법인을 경영하는 대표이사나 임원의 횡령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바, 법인의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고 회계로부터 분리시켜 별도로 관리하는 비자금은, 법인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착복할 목적으로 조성한 것임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에는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를 위해 사용된 경우라 할지라도 사용용도와 목적이 정해진 경우에는 언제든지 횡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금의 이동이나 사용처가 불분명한 가수금의 경우에도 쉽게 횡령죄로 인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때 한참 유행했고 지금도 계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분야에서 조합원을 설립하고 유능한 조합장을 선출하여 조합장의 능력 여하에 따라 재개발 재건축의 기간이 단축되어 조합원들이 최대한 빨리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 금전적인 비용을 절약하도록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조합장이 조합 경비를 임의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도 횡령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법무법인 혜안 형사전문센터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의 경우 민법상 비법인사단에 해당하고 비법인사단에 관한 법이 적용되어 외부적으로는 그 장이 조직을 대표하고,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총회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내부의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운영 주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재산상의 이익 분쟁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실제로도 여러 이권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이 특정 구성원들에 편파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의혹으로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혐의로 인해 형사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수억에 달하는 조합원 미분양자 수십 세대에게 현금청산금 지급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가지고 사라지는 파렴치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설사 조합장이 조합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였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형사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 및 제356조의 업무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고 재물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양형 판단에서 고려할 사유가 될 뿐이다. 반면 횡령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죄는 횡령한 재물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일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다.

횡령과 배임은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횡령죄와 배임죄를 구별할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는 어렵지만, 양 죄의 ‘보호법익’은 물론 ‘주체’, ‘객체’, ‘실행행위’등 객관적 구성요건과 고의, 불법영득의사 등 주관적 구성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구별하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직장인의 법인카드 사용, 법인 대표이사나 임원의 비자금 조성,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의 청산금의 횡령 등 사회 곳곳에서 횡령죄는 항상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안마다 판례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구별하여 꼼꼼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