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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배임죄의 법리적 판단과 현실의 간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08 12:23


배임죄의 해석상 불명확한 부분들이 구성요건의 여러 지점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배임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타인의 사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중매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재산영득범죄이자 재산가해범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익취득 여부와 손해발생 여부를 중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결론이 도출되기도 한다. 이렇듯 해석상의 불명확한 요소들로 인해 배임죄의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되기도 하고 부당하게 축소되기도 한다.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처리하는 사무가 타인의 사무여야 한다. 주류적 입장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해야 할 의무가 그 사무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주된 의무인 경우 사무의 타인성을 인정한다. 또한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일과 같이 본질적 내용이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인 경우에도 사무의 타인성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배임죄의 적용범위가 확장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부동산의 이중매매인데, 부동산의 매도인은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부터는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

이러한 주류적 입장에 반대하는 견해들도 있다. 타인의 사무인가를 판단하는 대신 타인의 재산보호의무가 주된 의무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효과적이라는 견해, 타인의 사무와 타인을 위한 사무를 구별해서 타인을 위한 사무이지만 자기의 사무인 경우는 배임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견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주류적 견해나 반대의 견해 모두 사무의 성격 혹은 의무의 성격을 “구별해야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무는 자기사무와 타인사무 두 영역으로 구분된다는 전제는 타당한 것일까? 자기의 사무이기도 하고 타인의 사무이기도 한 것은 그 본질이 양면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도 있다.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사무를 반드시 타인의 사무로 해석해야 할 명확한 근거도 없다. 이렇듯 불명확한 전제가 배임죄의 성립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다보니, 사안에 따라서는 구체적 타당성에 의심이 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격론을 통해 결론을 찾고 종종 새로운 근거를 들어 과거의 판단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기도 한다.

법무법인 혜안 형사전문센터의 황규련변호사는 “예를 들어, 동산의 이중매매 사건에서 대법원은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일지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부동산의 경우와 달리 동산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인에게 순수한 자기사무인 동산인도채무만 존재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 다른 예로, 대물변제예약을 어기고 부동산을 처분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는데,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법원의 입장에서도 사무의 타인성을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이야기한다.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는 본인의 전체재산을 기준으로 그 가치가 감소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인정된다. 또한 현실적 손해는 물론 손해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도 포함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며 학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이러한 해석을 지지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러한 법리가 배임기수의 성립범위를 지나치게 확장시킨다는 비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배임죄의 미수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의 위험이 발생한 것을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한다면, 배임기수와 미수의 범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재산상 손해는 피해자의 전체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된다. 따라서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라도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리 |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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