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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대가를 지급받은 성행위, 사기죄의 처분행위에 해당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17 14:49


우리 형법은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사기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법에 대해 판례는 사기죄를 '기망-착오-처분행위-재물교부 또는 이익취득'의 구조라고 설명하고 각각의 요소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판례에 의하면 착오와 처분행위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사기죄에서 필요한 불문의 구성요건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의 이익이 반드시 사법상 보호되는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지 아니하고,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의 대가는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므로, 甲이 부녀를 기망하여 성행위 대가의 지급을 면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대상판결(대법원2001.10.23. 선고 2001도2991 판결)은 판시하고 있다.

법적 논증의 한 과정으로서의 판결은 피고인에게 자신의 어떤 행위가 유죄의 결론에 이르는 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동 사건에서 어떠한 행위가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언급 없이 사기죄의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무엇이 처분행위이며 그리고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처분행위가 존재하는 것인가. 그리고 존재한다면 어떤 행위가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사기죄는 피기망자의 의사에 따른 처분행위에 의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점에서 절도죄나 강도죄와 다르다. 즉 상대방의 의사에 ‘기하여’ 재산의 변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처분행위는 재산침해행위의 객체가 재물인 경우에는 사기죄와 절도죄를 구별하는 역할을 하고, 재산 침해행위의 객체가 재산상 이익인 경우에는 가벌적인 사기죄와 불가벌인 이익절도를 구별하는 기능을 한다.

기술되지 아니한 구성요건요소로서 처분행위는 피기망자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드시 피기망자가 처분행위를 직접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3자를 통해서 처분행위를 하게 할 수도 있다.

처분행위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한다. 독일 형법에서는 손해발생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재산 감소를 야기하는 모든 행위-작위 또는 부작위-는 처분행위로 간주 된다. 그러나 우리 형법에는 손해발생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처분행위란 피기망자가 재물을 교부하거나 기망자에게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일체의 재산적 행위를 말한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처분행위를 요구하는 이유는 사기죄의 구조에서 출발한다. 사기죄는 피기망자의 착오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교부를 내용으로 한다. 착오 그 자체에서는 재산상의 손해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착오와 손해와 이익을 연결하는 매개요소로서의 착오를 원인으로 하는 인간의 어떤 행위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처분행위이다. 처분행위는 기망에 의한 착오와 재산상손해 ‧ 이익이라는 사기죄의 요건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착오와 재산상 이익의 취득사이의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처분행위를 요하지 않는 탈취적인 절도죄, 강도죄와의 구별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혜안 형사전문센터에 따르면 “처분행위와 관련하여 위의 대상판례를 검토해 보면 성행위는 노무의 제공을 넘어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으로서의 행위로서 혼합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피해자는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어떤 의식 하에서 남성과 성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 판결에서는 성행위를 처분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대상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어떤 행위가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가에 대한 설명 없이 바로 사기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리  |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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