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법무법인 혜안 박효영 변호사

현행범이 체포현장에서 임의로 제출한 증거물이라도 영장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대법원은 "피의자를 현행범 체포하는 경우에도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

위와 같이 대법원이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에 의한 압수수색을 허용함으로써, 실무에서는 피의자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반면에, 긴급압수물에 대한 사후영장 절차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현행범 체포된 피의자에게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기 때문에 임의제출을 거절하는 피의자를 예상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체포된 피의자가 소지하던 긴급압수물에 대한 사후영장제도가 형해화되고 문제점이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 9. 26.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에 배치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면서 임의제출한 핸드폰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였다(2019노909).

A씨는 보이스피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면서 핸드폰을 임의제출 하였는데, A씨가 제출한 핸드폰에는 지하철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경찰관은 A씨로부터 제출받은 핸드폰의 사진폴더 등을 살펴보다가 불법 촬영된 사진을 발견했고, 위 사진을 출력하여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이 정한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지 아니하였다.

이에 재판부는 "일반적인 체포현장에서 자신의 죄책을 증명하는 물건을 스스로 제출할 의사가 피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의 관념에 어긋나, 사법 신뢰를 잃기 쉽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압수의 필요성이 있는 피체포자의 물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에 따라 긴급압수한 다음 형사소송법 제217조에 따라 사후영장을 발부받으면 되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막대한 양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휴대전화 저장정보에 대한 제한 없는 압수수색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하여는 사전영장이 필요하다. 다만, 예외적으로 형사소송법 소정의 긴급성이 있는 경우 예컨대 체포된 피의자가 공범에게 폭탄을 폭발시킬 문자를 보내거나, 유괴범이 피해자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경우 등에서는 저장정보에 대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해석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개인정보의 막대함과 민감성까지 감안하면, 정보저장매체의 압수수색에 있어서도 당연히 피의자 참여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A씨가 변호인을 선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은 A씨의 휴대전화기를 탐색하면서 형사소송법 소정의 참여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경찰관이 수집한 휴대전화기의 저장정보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혜안의 박효영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피고인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피고인 역시도 수사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범죄를 모두 인정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압수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여 증거를 수집하여서는 안 된다. 해당 판결은 형해화되고 있는 긴급압수물에 대한 사후영장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충실한 해석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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