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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성범죄상담 일반인의 논리와 법적 논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0.14 13:35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쓰는 언어는 지구인들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외계인들이 스스로 아이에게 이야기 하듯 친절하게 또박 또박 이야기 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인들은 도통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논리가 법적 논리에도 적용된다. 일반인들은 법적 논리에 익숙하지 않다. 평생을 살면서 경찰서나 법원의 문턱을 밟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대다수이므로 굳이 법적 논리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을 때 사람들의 마음은 들끓는다. 최근에 택시기사가 택시 운행 도중 심 정지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심정지가 일어날 때 응급조치만 잘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날 당시 택시를 타고 있었던 승객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나중에 드러난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택시 승객들만이 택시기사가 심정지를 일으켜 사고가 난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사고가 난 현장에 있었던 일반 시민들은 사고로 인해 기사가 기절해 있는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비난은 그 장소를 떠난 승객들에게 돌려지고 있다.

그런데 법적 논리에 따라 판단해볼 때 택시에 승객으로 탑승한 승객에게는 법률상 계약상 택시기사의 생명을 구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그 정도로는 조리에 의한 작위의무도 인정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승객들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나 유기치사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일반인의 사회통념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는 성범죄에도 나타난다. 만약 과거에 지하철 등 교통수단 내에서 단순 성추행이 일어났다면 그 사실을 인식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분노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해자는 안전지대에 있게 된다. 그런데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이나 기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추행을 근절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현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규정되었다. 

이제는 단순 성추행도 성범죄가 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성범죄가 아니었다. 일반인의 사고와 논리로 법적 용어와 논리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지구인이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과 동일하다. 조제는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법적 조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법무법인혜안 곽정훈 변호사는 "성범죄가 문제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일반인의 사고와 논리로 해결하기 보다는 법적 용어와 논리로 무장된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하는 것이 현대인의 지혜란 생각이 요즘 문제되는 택시기사 사건과 관련해서 불현 듯 떠오른다"고 밝혔다.




정리 |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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