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에 빠진 여성노동…예방 교육 필요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 "일한지 6개월 됐는데 사장이 매일 음담패설을 입에 담는다. 하지말라고 해도 계속 한다. 여자임원이라도 있으면 좀 나았을 텐데 혼자 여자고 어리니까 신경을 안 쓴다. 정말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문제제기하고 그만둬야지 억울해서 안 되겠다" (20대 여직원 A씨)
# "3년째 계약 갱신한 계약직 여성노동자다. 내년 3월1일가지 계약이 됐는데 현재 임신중이고 9월에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에서 계약직은 출산휴가가 없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쓰라고 한다" (30대 여직원 B씨)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는 차별의 현주소를 사회에 정확히 알려내고 이해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내에서 성희롱, 고용차별 등을 당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연령에 따른 고용차별…'참혹한 현실'
우리나라 20대 여성 직장인들은 ‘외모’로 인한 차별을 심각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고용평등상담 사례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직장에 들어갈 때 용모에 따른 차별과 직종 및 직급상의 불이익을 받고 일을 하면서는 업무 외적인 일들까지 강요받는가 하면 성희롱 등에 시달리다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령별로 차별내용도 달랐는데 30대에 들어서는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40대에는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민우회에 따르면 동일하게 채용되더라도 성별을 이유로 불이익한 재배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근속연수가 늘어나더라도 승진은 배제되거나 지체돼 임금차별은 고정되고 의욕은 상실된다는 것.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최진협 팀장은 “30대에는 결혼과 임신·출산·양육을 이유로 일에서 배제되거나 퇴직압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40~50대에는 희망퇴직을 종용당하거나 정년에 있어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젠더사회연구소 이숙진 소장은 “구조화된 한국여성노동의 불평등과 차별의 심화는 차별을 차별로 인지할 수도 없게끔 여성노동자를 무력화 시키고 있으며 제도와 정책적 기제는 빙산의 일각으로만 작동해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참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임신,출산으로 인한 여성고용 차별을 노동권,사회권 침해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직종 중심으로 여성노동운동의 의제를 설정해 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직장내 성희롱' 상담이 가장 많아
또한 여전히 직장내 성희롱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뿌리뽑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국여성민우회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상담 주제로는 ‘직장내 성희롱’이 40.6%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보면 상급자와 사업주의 경우가 85%에 달해 직장내 성희롱이 직장내 권력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하더라도 지위가 낮은 피해여성은 문제제기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사건해결 과정에서도 축소와 은페압력,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특히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은 규모가 작아질수록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규모사업장에서 사업주에 의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에는 대부분 법적 절차를 밟기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기업규모별로는 500인을 전후한 대규모 사업장은 비정규직 차별과 고용상 성차별이 1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은 임금체불의 비율이 높았지만 직장내 성희롱은 규모와 상관없이 어디서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민우회는 설명했다.
최진협 팀장은 “직장내 성희롱의 해법은 직장을 성평등하게 구조화하는 것”이라며 “공공분야의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차별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부족한 성희롱 예방 교육…"대책 마련해야"
아울러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예방 교육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46.9%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성희롱 전문가 강사 섭외나 외부 전문기관에 교육을 위탁, 상급자나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의 성희롱 예방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서울여성노동자회 황현숙 회장은 "사업장 규모가 크다 할지라도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미실시한 곳이 많아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직장내 성희롱 발생이 줄어드는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지난해 평등의 전화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으로 상담을 온 내담자들의 사업장 현황을 보면 예방교육을 미실시한 곳이 86.8%에 달하고 있는 것.
이어 황 회장은 "성희롱 예방교육 시 사업주와 상급자의 참여가 반드시 일정 비율이상 이뤄지도록 해야한다"며 "예를 들어 30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는 반드시 교육에 참여하도록 의무화 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동당국은 직장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성희롱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예방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년에 1번씩 7000개 이상의 업체를 자율적으로 성희롱 예방을 실시하고 있으며 점검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30인미만 업체들에 대해서는 무료로 성희롱 예방을 교육하고 있으며 점점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 고용 차별에 대해서는 여성 다수고용 업체 애해서 1000여개 업체를 점검하고 있다”며 “여성 고용에 있어 차별이 없도록 더욱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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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8